'지옥2' 김성철, 기꺼이 '독이 든 성배'를 마시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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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2 김성철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독이 든 성배라고 할지라도, 기꺼이 마실 수 있는 용기를 가졌다. 독에 중독 돼 아플지라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작은 기대감이 두려움을 이겨낸다고 했다. ‘지옥2’로 쉽지 않은 도전을 마무리한 배우 김성철을 만났다.
지난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시즌2(연출 연상호, 이하 ‘지옥2’)는 계속되는 지옥행 고지로 더욱 혼란스러워진 세상, 갑작스레 부활한 새진리회 정진수(김성철) 의장과 박정자(김신록)를 둘러싸고 소도의 민혜진(김현주) 변호사와 새진리회, 화살촉 세력이 새롭게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김성철은 극 중 지옥 시연 이후 약 8년 만에 부활한 정진수를 연기했다.{adsense:ad1}
우리가 봤을 때 김성철에게 ‘지옥2’는 밑져야 본전인 작품이다. 시즌1에서 유아인이 연기한 정진수를 전 세계 시청자들이 이미 경험을 한 상태에서 시즌2에서 김성철이 교체 투입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의 뇌리에 강렬하게 박혀있는 유아인의 정진수가 있는 상황에서 같은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는 김성철에게는 그 자체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김성철도 그 지점에 대해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김성철이 ‘지옥2’를 선택한 이유는 연상호 감독 때문이었다. 김성철은 “워낙 연상호 감독님 작품을 좋아한다. 연상호라는 장르는 국내 유일한 장르다. 제가 여태 봤던 수많은 작품 캐릭터 중에 정진수의 매력도가 세 손가락 안에 든다”고 했다.
무엇보다 다양한 연극, 뮤지컬 무대에 오르며 한 캐릭터를 여러 배우가 연기하는 멀티 캐스팅을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김성철에게 ‘지옥2’는 큰 두려움은 아니었다.
웹툰 원작이 있다는 건 김성철에게 어마어마한 동력이 됐다. 정진수를 만들어갈 때 원작을 시작점으로 잡았기 때문에 자신만의 정진수를 만들어나갈 수 있었다는 김성철이다. 김성철은 “웹툰을 보면서 정진수와 제가 닮아서 싱크로율이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원작을 충실하게 구현하고 싶었던 김성철은 웹툰 속 정진수를 입체적으로 끄집어내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다.
김성철이 원작을 파고들다가 내린 결론은 ‘지옥2’의 정진수는 ‘자아가 없는 사람’이었다. 김성철은 “정진수는 20년 전에 고지를 받았고, 이 말은 즉 정진수에게 남은 수명이 20년이라는 뜻이다. 정진수가 처음부터 새진리회 교리를 만든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왜 자신에게만 이런 일이 생긴 걸까라고 생각하다가 그 고통이 너무 커서 정신이 무너졌고, 자신의 고통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adsense:ad1}
자신이 받은 고통을 세상 사람들에게 똑같이 돌려주고 싶다. 이것이 김성철이 생각한 정진수의 첫인상이었다. 그런 이기적인 생각으로 세상을 혼돈으로 몰고 갔던 정진수는 시연을 받은 뒤, 끝없는 지옥을 경험하다가 8년 뒤 부활한다는 것이 ‘지옥2’의 시작이다.
김성철은 언제 지옥의 사자들에게 시연을 당할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 정진수의 자아가 닳고 닳아 없어지는 지경까지 갔다고 분석했다. 정진수는 그 공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부활자인 박정자를 만나야 했고, 어떠한 자아적인 성찰 없이 그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제 입맛대로 사람들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김성철은 봤다.
그렇기 때문에 김성철에게 정진수가 박정자와 대면하는 장면은 제일 어려운 장면이었다. 김성철은 “신록 누나와 연기할 때 되게 신기한 에너지들이 생겨났다. 계속 뭔가 부딪히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원작을 동력 삼아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쏟아 부어 ‘지옥2’의 여정을 마친 김성철이다. 많은 우려들이 따라붙었지만, 나름 새로운 정진수 캐릭터를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김성철의 정진수를 받아들이지 못한 시청자들도 있다. 김성철은 시청자들의 호불호에 대해 “그건 어쩔 수 없다”면서 이미 충분히 예상한 반응이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독이 든 성배였지만, 물론 그 독 때문에 힘들고 아프기도 했지만 어려운 도전을 해냈다는 만족감과 성취감이 김성철에게 큰 자양분으로 남기도 했다. 우스개 소리로 공연을 앞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로 독이 든 성배를 또 마셔야 한다며 엄살을 부린 김성철이다.
김성철이 기꺼이 독이 든 성배를 마시려고 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수만 있다면 어떤 도전이라도 두렵지 않기 때문이다. 김성철의 새로운 얼굴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