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 벗고 라이브 쏟아낸 카녜이 웨스트…열대야 날린 힙합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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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의 내한 콘서트서 전위적 퍼포먼스에 옛 히트곡까지 선물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고양=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컴 온, 컴 온, 컴 온!"
2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 커다란 스타디움 한가운데에 마치 토성(土城) 같은 모래 언덕이 세워졌다. 그 위에 선 세계적인 힙합 스타 카녜이 웨스트(예·Ye)가 흰 후드에 마이크를 잡고 호응을 유도하자, 공연장은 순식간에 광란의 파티장으로 변신했다.
힙합 마니아들은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방 방 뛰었고, 이제 공연은 상관없다는 듯 무대를 등지고 덩실덩실 춤까지 추는 이들도 있었다.
카녜이 웨스트의 내한 콘서트 '벌처스 리스닝 익스피리언스'(VULTURES LISTENING EXPERIENCE)에서다.
이날 무대가 특별했던 것은 카녜이 웨스트가 얼굴을 드러낸 채 라이브를 했기 때문이다. 평소 독특한 언행으로 화제를 몰고 다니는 그는 공연도 복면을 쓰고 미리 녹음된 노래만 들려주는 '리스닝 파티' 형식으로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그가 한국에서 마이크를 잡고 옛 히트곡을 줄줄이 쏟아내자, 관객들은 마치 단체로 복권에 당첨된 듯 흥분을 숨기지 못했다.
'T자'형 무대나 화려한 레이저 조명은 없었지만, 모래로만 쌓아 올린 독특한 무대는 카녜이 웨스트의 음악, 호흡, 손짓 자체에만 집중하도록 하는 효과를 냈다.
카녜이 웨스트는 2004년 첫 앨범 '더 칼리지 드롭아웃'(The College Dropout)으로 미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그래미 어워즈'에서 10개 부문 후보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킨 이래 20년간 정상 자리를 지켜 온 힙합 스타다.
그는 올해 2월 타이 돌라 사인과 협업한 앨범 '벌처스 1'(VULTURES 1)과 수록곡 '카니발'(CARNIVAL)로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과 싱글 차트 '핫 100' 1위를 각각 차지하는 등 여전한 인기를 과시했다.
카녜이 웨스트는 이날 공연 예정 시각인 오후 8시보다 약 70분 늦은 오후 9시 10분께 검은 옷과 흰 복면으로 몸을 '꽁꽁' 감싼 채 한국 팬들 앞에 섰다.
그는 공연 전반에는 미리 녹음된 자신의 노래에 흥겹게 몸을 흔들며 음악 그 자체에만 초점을 맞췄다.
카녜이 웨스트는 이러한 방식으로 빌보드 1위 히트곡 '카니발'을 비롯해 '리버'(RIVER), '라이프스타일'(LIFESTYLE) 등 최근 발매한 '벌처스 2'(VULTURES 2) 수록곡까지 잇따라 들려줬다.
한국 팬에게도 유명한 히트곡 '카니발'이 흘러나오자 관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고! 고! 고! 고!' 하는 후렴을 떼창으로 따라 부르며 공연을 즐겼다.
이날 공연에서는 볼거리도 풍성했다.
카녜이 웨스트가 무대에 오르기 직전 '꽝'하고 터져 나온 불꽃놀이가 하늘을 수놓았고, 흰 말이 스타디움 트랙을 한 바퀴 빙 돌기도 했다.
또 공연 도중 마치 영화 '아일랜드' 속 복제인간처럼 흰옷을 입은 댄서 수십명이 뛰쳐나오더니 모래언덕을 힘겹게 기어 올라갔다.
카녜이 웨스트는 마치 교주가 추종자를 맞이하듯이 무대 아래로 내려와 이들을 인도하거나, 함께 스타디움 트랙 한 바퀴를 뛰는 등 독특한 퍼포먼스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가 공연 후반 흰 의상으로 갈아입고 맨얼굴을 드러낸 채 라이브를 선보이자 장내는 순식간에 흥분에 휩싸였다. 게다가 일렉트로닉과 융합한 빌보드 '핫 100' 1위 히트곡 '스트롱거'(Stronger), 팝 느낌이 경쾌한 '굿 라이프'(Good Life) 등 초기 히트곡까지 줄줄이 열창하자 팬들은 선물이라도 받은 듯 감격스러워했다.
걸그룹 뉴진스와 투애니원의 씨엘(CL) 등 K팝 스타들도 이날 고양종합운동장을 찾아 카녜이 웨스트의 공연을 즐겼다.
공연장 인근은 일찌감치 카녜이 웨스트를 보러 몰린 힙합 마니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패션 감각을 뽐내 온 가수의 명성에 걸맞게 관객들도 카녜이 웨스트의 얼굴이 프린트된 가면, 화려한 무늬의 검은 두건, '벌처스'가 적힌 굿즈 티셔츠, 심지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가면 등으로 각자의 개성을 드러냈다.
대구에서 아침 일찍 고교 동창과 함께 KTX를 타고 올라왔다는 관객 최율(20)씨는 "카녜이 웨스트는 시대를 앞서가는 음악성과 개성이 현세대의 다른 래퍼와는 다르다. 그런 뛰어난 점 때문에 사람들이 그의 음악을 많이 찾는 것 같다"며 "최근 발매된 신보 '벌처스 2'는 일반 대중이 듣기에는 어려울 수도 있지만, 나 같은 힙합 마니아에게는 그저 좋을 뿐"이라고 말했다.
tsl@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저작권자(c) 연합뉴스,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2024/08/23 23:36 송고
